“포지션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본인이 곡 작업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있다면 먼저 보컬,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 등 어떤 음악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곡 작업은 이 모든 능력이 하나로 합쳐져야 완성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한두 개의 악기만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곡의 전체 진행을 모두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이 중 일부는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고 생각해보자. 다양한 과목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흥미 있는 과목부터 먼저 공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곡 작업을 하기 위한 시작점으로는 자신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 장르 등의 음악 포지션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음악 포지션에 따라 곡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곡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본인의 음악적 포지션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시작점을 찾은 뒤, 나머지 과정을 진행해 나간다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멜로디와 코드, 리듬을 만드는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음악 포지션에 맞춰 준비해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이 먼저
아무런 음악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곡을 척척 만들어 내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곡 작업은 창작의 영역이다 보니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작업이라고 본다.
그동안 연주만 해오고 직접 곡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폭넓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다소 뻔한 소리라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일한 얘기를 한다면 이는 그만큼 매우 검증된 방법이라는 뜻이다.
음악 감상은 개인의 음악 포지션에 맞춰서 시작
만약 내가 평소 듣는 곡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생각된다면, 범위를 줄여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10곡 정도만 추려내서 자세히 들어보자. 그도 많다면 1곡 만이라도 열심히 들어보는 노력을 기울여 보기 바란다.
다만 다양한 음악 청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곡 작업에 대한 의욕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음악을 억지로 찾아서 듣는 것 또한 곡 작업에 대한 의욕을 잃게 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자신의 음악 포지션에 특화된 음악을 선정 기준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감상에서 분석으로 나아가기
일반적인 곡 감상의 경우 가사나 멜로디 등에 중점을 두고 듣는 반면, 곡 작업을 위한 반복적인 감상의 경우 분석에 중점을 두고 듣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0 BPM 정도의 빠르기를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있다면 감상하는 곡이 그보다 빠른지, 또는 느린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후 송폼의 대략적인 구성까지도 들으면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곡에 대한 반복적인 감상으로 연주의 빠르기와 송폼의 구성을 대략적으로 판별할 정도가 되었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곡 감상이 아닌, 본인의 음악 포지션에 해당하는 부분만 좀 더 집중해 감상하면서 송폼 구간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 포지션의 숙련도에 따라 분석의 난이도가 달라지게 된다.
만약에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감상해도 본인의 음악 포지션을 충분히 분석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는 앞으로의 작곡 진행 방식에서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곡 분석에 대한 몇 가지 조언과 일반적인 양식들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모든 분석 과정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과정이 쉽게 느껴질 때가 돼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자신의 작업물에 퀄리티가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분석은 중요한 단계이다.
무조건 작곡에 뛰어들기보단 나의 기반을 탄탄히 할 것
감상하고 있는 곡에 대해 본인의 음악 포지션을 분석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혼자의 힘으로 곡 작업을 진행하는 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다른 포지션을 가진 지인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곡의 퀄리티 또한 나오기 쉽지 않다. 차라리 억지로 곡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악기 연습, 음악 공부 등 본인의 기본적인 음악적 포지션을 탄탄하게 만드는 노력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글 조남준(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겸임교수)
이 글은 월간믹싱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