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분석이란?
곡 작업을 위해서는 본인의 음악적 포지션에 알맞은 곡을 선곡한 후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분석까지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악기별 작곡 노하우 1 : 곡 작업을 위한 시작점) 그렇다면 곡 분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일까? 곡 분석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다음의 7가지를 분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 곡의 빠르기(BPM) : 곡의 연주 속도(빠르게 또는 느리게)
- 송폼(SONGFORM) : 곡의 전체적인 구성
- 조성(KEY) : (남, 여 성별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음역대의 가창자를 위한 곡의 조성
- 코드(Chord) : 멜로디를 받쳐주기 위해 여러 개의 음이 조합된 개별 코드
- 코드 진행(Chord Progression) : 다양한 코드가 곡의 어느 위치에 배치될지 정하는 것
- 코드 편곡(Chord Reharmonization) : 배치된 코드들을 새로운 코드로 바꾸어 재배치
- 악기 구성(Instrument) : 곡에 사용되는 악기
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곡 분석’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위 내용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많은 분량이 나올 것이기에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혹자는 이런 분석을 카피의 영역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곡 분석을 통한 가이드라인마저 없다면 처음 곡을 쓰는 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생각났다 할지라도 완성된 곡의 형태로 진전시키기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곡 분석은 보조 바퀴와 같아
예를 들어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면서 천천히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항상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전거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자. 그것은 보조 바퀴를 달고 연습해 보는 것일 것이다. 이후 자전거 타기가 익숙해지면 보조 바퀴를 떼고 천천히 두 바퀴로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 것이고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 타기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보조 바퀴가 하는 역할은 곡 작업에서 곡 분석과도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예시를 든 이유는 요즘 들어 음악계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곡 표절에 있어 그 범위가 멜로디 카피를 넘어 곡 분석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참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시작 단계에 있는 곡 작업자들에게 있어 곡 분석은 자전거 타기에 도움을 주는 보조 바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곡 분석 후 집중해야 할 멜로디 작업의 유의사항
앞서 한번 언급했듯이 표절 논란에 있어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멜로디이다. (내 것과 남의 것의 경계, 표절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박자, 리듬, 코드 진행 등 어쩔 수 없이 유사할 수밖에 없는 요소는 많지만, 멜로디가 비슷하다면 음악 전공이 아닌 대중들도 단번에 표절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곡이 곡 분석의 도움을 받으며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멜로디가 잘 만들어지면 개성 있는 자신만의 곡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멜로디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음역대에 맞춰 적절한 조성을 정하기
멜로디는 보컬이 가장 부르기 편하고 보컬의 음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역대 안에 들어가도록 조성을 정해야 한다. 자신이 곡 작업자가 스스로 직접 노래를 부른다면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 사이의 음역대를 미리 체크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보컬에게 가창을 맡긴다면 그 보컬의 음역대에 맞는 키를 설정해야 한다. 만약 보컬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음역대를 특정하기 어렵다면 일반적으로 여자는 G키 남자는 D키로 설정하고 곡 작업을 시작하면 좋다.
가사는 꼭 악보의 형태를 잘 갖춰 제작할 것
곡 작업 진행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가사 부분이다. 이는 필자의 학생들과 곡 작업을 통해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다는 점 양지 바란다.
먼저 가사의 경우 본인이 직접 쓰거나 아니면 작사가에게 의뢰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멜로디를 먼저 쓰고 여기에 가사를 붙이거나, 아니면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붙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만약 외부 작사가에게 의뢰하는 상황이라면 멜로디가 완성된 후 진행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꼭 악보의 형태로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사를 지인에게 맡기는 경우라면 더더욱 악보의 형태를 잘 갖추어 만들어 보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같이 작업하는 작사가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원하는 일정에 맞춰 작업물을 받기도 수월해진다.
가사가 확정되면 보컬과 함께 실제 가사를 멜로디에 입혀서 불러보아야 한다. 이는 가사 전달 및 표현이 잘 되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글의 형태로는 가사의 뜻이 잘 표현되더라도 가창 과정에서 실제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멜로디 라인이 박자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어 이를 미리 체크하고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까지 대략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됐다면 코드를 채워 넣어야 한다. 처음 곡 작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코드를 채워 넣는 과정은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가장 먼저 조성(tonality), 스케일(scale), 코드(chord)라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성학 책을 한 권 구입하여 위의 단어가 들어간 챕터를 찾아 이해가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공부하기 바란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추후 복잡한 편곡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글 조남준(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겸임교수)
이 글은 월간믹싱에 게재됐습니다.